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1월의 어느날, 영선은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집을 떠나 생활 한 지 10여년. 하던 일이 잘 안되던 것도 있었지만 같이 일하던 동료와 문제가 생겨 회사를 나오게 된 것이다. 서울에서 홀몸으로, 순식간에 백수가 된 김영선. 당장 집세와 생활비도 여의치 않았고, 아르바이트 역시 젊은이들 사이에서 구하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회사에서 있었던...
한 번의 실패는 내게 깨달음을 주지 못했다.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은 알았지만 뭐가 잘못된 건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겨드랑이털은 계속해서 자랐다. 나는 착한 아이였고, 제품을 의심하거나 광고를 의심하기보다는 나 자신을 의심했다. "내 털이 너무 많아서" "내 털이 너무 강해서!" "내가 사용법을 준수하지 않아서" "나...
나는 절대 아이를 낳지 않을 거지만, 가끔 '내게 딸이 있다면' 혹은 '막내 여동생이 생긴다면' 혹은 '주변에 여자 사촌이 생긴다면' 하는 생각을 한다. 세상에는 스스로 부딪히며 배울 일들이 많고, 솔직히 부딪히기 전까지는 주변에서 아무리 말해줘도 들리지 않으니까. 그런데도 내가 꼭 해주고 싶은 말은 "절대 광고를 믿지 마라"는 거다. 광고뿐만이 아니다. ...
아직도 내 겨드랑이에는 가늘고 긴 털이 가닥가닥 있다. 얼마나 기냐면, 처음 내 겨드랑이를 본 여자친구는 놀라 자빠질 뻔했다. (그러니까... 진짜 '처음'은 아니고. '제모를 하지 않은 내 겨드랑이'를 처음 본) 그리고 지금도 매번 내 겨드랑이를 볼 때면 엄청나게 놀란다. "겨드랑이털이 이렇게까지 나?" 내 겨드랑이는 남들과 다르다며 새삼 놀라는 이 여자...
왜 이렇게 존재하기 힘든지 모르겠다. 감성적인 멜로 영화는 아니다. 끊임없이 싸워나가는 영화다. '사랑'이라는 성애에 집중하지 않아서 더욱더 편했고, 훨씬 생각이 많아졌다. 영화를 본 날, 나는 내 존재를 엄마에게 부정당했다. 그래서 온종일 그 순간에 묶여있다가, 어둠 속에 몸을 누워도 잠들지 못했다. 머릿속에서 그 장면이 끊임없이 반복됐다. 그러면서도 나...
빛이 들어오면 생기는 음영이 좋다. 온통 BEACH와 연결된 작업들. 서핑을 좋아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송정에 놀러가는 걸 좋아해서 몇 번 ... 갔었다. 해운대랑은 다른 느낌의 바다. 그 전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먼저... 난 밤을 좋아하고 밤에 더 말똥말똥해지는데, 이런 빛이 '새어들어오는' 느낌도 좋아하나봐. 그리고 이 밑으로는, 순둥이가 즐겨 본다는 창밖 풍경. 이런 것들을 너는 보고 있었구나. 그렇게 홀린듯이... 그리고 이 밑으로는 내가 사랑하는...
베트남 사진을 인화하고 속이 많이 상했던 나는 카메라를 수리하기로 마음먹었다. 남포동에 장인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바로 남포동으로 향했다. 카메라 안쪽의 프레임을 고정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보관 상태가 좋지 않아서 렌즈 안쪽의 곰팡이도 제거해야했다. 엄마, 아빠가 젊은 시절 쓰던 물건이니 이정도인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확실히 수리하니 선명하기도 하고, 속...
집에 먼지쌓여있던 카메라를 발견하고 한 번 사진을 찍어볼까, 하고 생각했다. 카메라가 고장난줄은 꿈에도 모르고, 필름도 엄청 샀다. 잘 모르니까 대충 인터넷에 검색해서 누군가 올려둔 비교 사진을 보며 코닥 컬러 플러스 200 이랑 후지 컬러필름 기록용 100 을 구매. 여행 가기 전부터 신나서 찍기 시작했는데. 뭘 찍은 건지 알 수 없는 머리아픈 사진들만 ...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소중히 간직했던 것들의 상실이라던가 급작스럽게 찾아오는 불행 같은… 그리고 하예리에게 있어서는 최근에 생긴 전담 트레이너의 존재까지.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자신을 컨트롤해오는 현경의 존재가 싫진 않았지만 어딘지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었다. “평소에도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면서 걸어요?” “현경 씨. 저 지...
제목부터 모든 게 완벽한 드라마. 배우들의 연기는... 웬만하면 언급하지 않으려고했는데 (왜냐면... 연기를 잘 한다는 게 엄청 주관적이기도하고, 무엇보다 그것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 왈가왈부하기가 어딘지 불편해서) fantastic! 통쾌한 여성 서사 발굴 성공. 발굴이라고하기엔 좀 그러네. 내가 너무 늦게 본거니까. 킬링이브는 암살자-...
‘칼 자매가 또 사고 쳤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인터넷을 켰다. 별 시답지 않은 내용의 연예 기사들이 몇 개 눈에 띄었다. 영화 광고도 늘 똑같았다. 하예리는 지겹다는 듯 느리게 하품하며 휴대폰을 가볍게 집어 던졌다. 사고 치는 감독들은 왜 이렇게 많은지. 대충 가운을 걸친 하예리가 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디 가요?” 아직 침대에 파묻혀 눈도 제...
반가워요. 인터넷은 잘 안합니다. 답답해서 가끔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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